구제라 쓰고 빈티지라고 읽는다
한국의 빈티지 스토리의 시작
우리의 근현대사의 가장 큰 사건인 6.25라는 상황 가운데 부산으로 몰렸던 피난민들 위해 UN국가들이 보내온 구제 물품들 사이 발견한 옷가지들. 생존의 문제에 직면한 그 수 많은 난민들은 그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무엇이기만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옷 더미 속을 파헤쳤지만 먹고 사는 것 보다 아름다움에 더 목 메는 소수의 선구자들로 인해 ‘구제’는 우리의 부모님, 조 부모님의 고달픈 현실 가운데에서도 잠시라도 ‘깔롱(멋의 부산사투리)’ 부릴 여유를 누리게 해주는 통로가 되었다.
빈티지에게 온 작고 큰 변화들
전 후 어느 정도 전쟁 때 보다는 여유(?)를 누릴 수 있을 때 쯤 어떤 상황에도 지지 않는 젊음의 상큼한 시도들이 전쟁과 가난의 산물인 ‘구제’패션을 한 단계 더 진화 시켜 나가기 시작했고 지난 60 -70년간 하나의 빈티지 패션이라는 문화로 확실한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풍요 속 빈티지 패션
우리 경제에 찾아온 호황과 국가의 발전으로 인해 패션 역시 하이앤드 패션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했고 우리의 오랜 친구인 빈티지는 창고 속 옛 시간을 추억 하는 조각이 되어 가려 했던 적도 있었다.
지구를 살리는 원더우먼
오랜 산업화로 인한 환경 문제가 대두 되면서 지속 가능함에 집중이 되면서 재활용이라는 컨셉이 급격히 대두되었고 언젠가 접했단 패스트패션업계 관련 다큐를 보고 엄청난 충격이 이 시대의 환경을 지킬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빈티지의 활용법이 두각되었다. 나도 특별한 다른 이유가 없을 땐 속옷이나 양말 이외는 꼭 빈티지 옷을 구매한다.
빈티지에 대한 빈 티가 나는 생각들
- 돈이 없어서 남이 입던 옷을 입느냐는 핀잔 아닌 핀잔들
- 누가 입었을지 몰라 찝찝하다는 등 여러가지 부정적인 느낌들
- 옛날 옷들이라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들
- 제 때 나온 새상품이 아닌데 비싸다는 의견들
과 같이 여러 가지 시선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필자가 오늘의 주제인 빈티지에 빠진 이유는 너무나 많지만 그 중 두 가지 이유와 최근에 더해진 마지막 세 번째 이유를 말해 보고자 한다.
빈티지에 빠진 이유
첫 번째 : 는 해외 빈티지 의상을 구입하게 될 때 적어도 한국에서는 유일무이한 스타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희소성이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 길을 가다가 어느 모임에 갔다가 마주친 같은 스타일 또는 아이템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정말 그 상황을 혐오하리 만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빈티지 패션을 선호하게 되었고 더욱 더 그 유니크함에 매료되었다. 어딜 가든 뭔가 주류의 트렌드와는 다르지만 스타일링에 따라 유행에 뒤쳐지지 않게 입는다면 누구보다 뛰어난 패션 피플로 바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이 다른 패션 스타일과는 절대 비교가 안되는, 빈티지로부터 필자가 얻을 수 있는 장점이었다.
두 번째 : 는 필자 본인이 컬러풀한 톤을 아주 잘 소화해 낸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정말 다양한 색상과 패턴 스타일의 옷을 추구한다. 이 니즈에 너무나도 부합하는 빈티지 스타일의 패션은 적은 예산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의 아이템을 구비할 수 있다는 것이 학생 때부터 일명 부산의 ‘국제시장’구제 옷 가게에 흠뻑 빠져버린 이유 중 하나였다. 일반 국내 브랜드의 옷가게라면 1개 구매 할 수 있는 비용으로, 바닦부터 천정까지 눈스캔 기술만 뛰어나다면,작개는 2~3개에서 많게는 10개까지도 구매 할 수 있는 경제적 효율성이 정말 나를 빈티지 패션에서 빠져 나올 수 없게 하는 정말 강력한 요소이기도 하다.
특유한 빈티지 향기
이러한 큰 두 가지 이유로 나의 20대부터 현재 40대에 이르기까지 나의 옷장에는 항상 그 특유의 빈티지한 향기가 끊이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향을 부어도 절대 사라지지 않은 그 나프탈렌의 향이란… 어쩜 그 향에 중독되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나의 패션에 아주 커다란 만족을 누려가면서 패피로서의 면모를 이어 가는 중, 최근에 대두 되어지는 환경 오염 문제를 풀어 내는 방법 중에 중고/구제/빈티지 라고 불리는 패션 분야가 엄청 큰 이바지를 한다는 시각을 알게 되었다.
뜻하지 않게, 나의 경제적이고 심미적인 이유로 인해 애용하던 빈티지 패션이 이 인류를 위해 지속 가능한 해법을 줄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큰 자부심으로 다가 오게 되었다.
개인 적인 두 가지의 이유와 마지막으로 언급한 세 번째 이유까지 더해져 이제 누구에게도 더욱 적극적으로 빈티지 패션에 대해 큰 소리로 자랑하고 추천 할 수 있는 입장이 되어 버린 것이 참 놀랍다. 빈티지 패션 고수자로 취급 받던 지난 시절이 꿈같다.
‘남포동키즈’의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며
실향민인 아버지의 막내 딸로 부산 남포동의 구제 패션을 시작하였던 미시적인 내 패션의 개똥철학이 시대와 환경의 변화로 인해 거시적인, 지속가능한 패션의 대안으로 여겨진다는 것이 참 뿌듯하다. 빈티지 일명 구제패션의 역사적 배경부터 너무 나도 다른 보통의 패션들과는 차이나는 개성을 가지고 있다. 나의 일부인 이 빈티지를 통해 계속 내 삶도 그렇게 나의 필요와 공동체를 위한 필요를 채워 나가며 계속 누리려고 한다. 난 ‘남포동 키즈’다!!!